우주를 품은 그릇
“무엇을 그릴까?”에 대하여 고민했던 초기 시절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나는 예술가로서의 여정을 되돌아보았다.
어린 시절 무한이 펼쳐진 우주에 관심과 동경이 있었던 나는 망원경으로 천체의 별들을 관찰한적이 있었다. 망원경으로 보았던 달의 분화구, 토성의 띠 등은 나에게 신비로움을 느끼게 하였다. 이러한 경험들은 자연스럽게 우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미술대학교를 다니던 어느 날 영감으로 나는 내 자신이 ‘•’ (점)이라고 생각했다. 그후로 ‘•’을 출발점으로 하여 ‘•’의 규명을 위한 노정을 걸어왔다. ‘•’ 이라는 상징을 표현하고자 하였으며 그것은 결국 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고뇌와 간절한 열망의 과정이었다.
이것은 나의 존재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동양적 자연관의 시각에서 자아와 세계를 고찰하며 작업을 해왔다. 즉 자아가 출발점이고 기초이며 나아가 자아와 세계와의 관계의 본질에 대한 물음으로 작업을 하였다. 그동안 나의 작업들의 주제는 ‘자아와 세계와의 만남’, ‘자아와 우주와의 동화’, ‘천지’, ‘생명의 관계 (영혼의 관계)’ 등이었다.
‘천지’ 작품 시리즈는 삼라만상을 담은 우주인 하늘과 땅의 형상을 원과 선으로 표현한 것이고 천지 사이에 있는 나의 존재를 자각하며 표현한 것이다.
‘생명의 관계’ 작품 시리즈는 천지에 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영적 생명줄을 회복하여 세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창조주 안에서 서로 연결된 한 지체임을 그린 것이다. 이러한 작품을 통해 나는 ‘사랑과 평화’의 세계에 대한 희망을 표현하였다.
오늘날 나는 나의 정체성을 우주에서 찾게 되었다. 무한한 우주 속에서 별이 탄생한 것처럼 나 또한 탄생하게 된 것이다. ‘•’ 은 자신이면서 우주다. 자신과 우주가 이처럼 하나의 점으로 표시되는 것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존재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우주속에 내가 있고 내 속에 우주가 있는 나는 ‘우주적 존재’이다. 그리고 ‘•’의 순환은 내가 우주에서 나와서 우주로 돌아가는 우주적 순환을 의미한다.
최근 작품들은 갤럭시, 은하수, 성운, 별 등 광대한 우주에 집중하고 있다. 점에서 시작된 빅뱅으로 우주는 탄생되었고 우리 또한 탄생되었다. “우리는 별의 후손이다”라고 칼 세이건은 말하였다. 나는 우주를 그리면서 우주적 관점에서 나의 본질과 정체성을 탐구해왔다. 부분이지만 전체이고 전체이지만 부분인 우주적 특성을 담고자 하였다. 나의 소망은 소우주인 나와 대우주인 우주가 동화되는 것이다. 이것은 나의 마음이 태양을 닮는 것이고 곧 하나가 되는 것이다. 우주(‘•’)는 나를 품고 나는 (‘•’) 우주를 품는 그릇이다.
나는 우주의 형태를 미적으로 구현하고 ‘•=나=우리=우주’라는 개념을 나의 작품에서 반영하며 깊은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나는 보이는 현상의 세계에서 단순히 보이는 대상을 너머 보이지 않는 영적 세계를 표현하고자 했다. 즉 궁극적 본질을 포함한 정신세계의 보편적 진리를 추구하는 가운데 시각적 재현을 넘어서 마음의 느낌과 정신적 관조가 적절히 조우 되는 지점에서 미적 감수성으로 형상화하였다.
나는 이러한 철학적 탐구에 맞춰 나의 예술적 표현에서 상호 연결성의 본질을 구현할 수 있는 재료를 찾고자 하였다. 영감에서 형상으로 이르기 위해 캔버스 위에 한지, 아크릴 물감, 동양화 물감, 흙, 돌가루, 닥나무껍질 등 여러 재료를 사용하였다. 최근에는 요철 한지를 사용하고 있다. 우주의 생명과 에너지가 상호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하여 요철 한지의 양각을 활용하여 표현하였다. 나는 영적인 ‘생명줄’의 느낌을 주고자 하였으며, 우주적 공통체적 관계들을 나타내고 싶었다. 또한 물감이 한지속에 스며들어서 물성이 화면에서 겉돌지 않고 화면과 공존하는 공간을 표현하였다. 한지의 결을 활용하여 질감을 나타내었으며 한지가 수성 재료와 잘 어울리기 때문에, 아크릴 물감, 동양화 물감, 먹 등을 사용하였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나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우주와 자신 사이의 연결을 발견하고 우주적 여정을 통하여 함께 성찰하였으면 좋겠다.
2024년 11월 7일